길가에 무심히 피어 있는 이름 모를 풀꽃이 때로는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하듯이, 그는 사소한 일로써 나를 감동케 했다.
- 잊을 수 없는 사람 中 p70
그떄 우리는 초발심한 풋내기 사문들이라 계율에 대해서는 시퍼랬고 바깥일에 팔림이 없이 정진만을 엶심히 하려고 했다.
- 잊을 수 없는 사람 中 p72
인정이 많으면 도심道心이 성글다는 옛 선사들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집착은 우리를 바주유하게 만든다. 해탈이란 온갖 얽힘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자재의 경지를 말한다. 그런데 그 얽힘의 원인은 다른 데 있지 않고 집착에 있는 것이다. 물건에 대한 집착보다도 인정에 대한 집착은 몇 곱절 더 질기다. 출가는 그러한 집착의 집에서 떠남을 뜻한다. 그러기 때문에 출가한 사문들은 어느 모로 보면 비정하리만큼 금속성에 가깝다.
- 잊을 수 없는 사람 中 p76
끝없는 인내는 다스림 받는 우리 소시민들의 차지니까.
- 인형과 인간 中 p87
한결같이 약고 닳아빠진 세상이기 때문에 그토록 어리석고 우직스런 일이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 준다. 대우(大愚)는 대지(大知)에 통한다는 말이 결코 빈말은 아닐 것이다.
- 인형과 인간 中 p90
현대인들은 자기 행동은 없이 남의 흉내만을 내면서 살려는데에 맹점이 있다. 사색이 따르지 않는 지식을, 해옫ㅇ이 없는 지식인을 어디에다 쓸 것인가. 아무리 바닥이 드러난 세상이기로, 진리를 사랑하고 실현해야 할 지식인들까지 곡학아세(曲學阿世)와 비겁한 침묵으로 처신하려 드니, 그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배반이다.
- 인형과 인간 中 p91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이싿. 사람의 마음처럼 불가사의한 것이 또 있을까.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두루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조랳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는 것이 우리 마음이다. 그래서 가수들은 오늘도 "내 마음 나도 몰라......"라고 우리 마음을 대변한다. 자기 마음을 자신이 모른다니, 무책임한 소리 같다. 하지만, 이것은 평범하면서도 틀림이 없는 진리다.
- 녹은 그 쇠를 먹는다 中 p93
아니꼬운 일이 있더라도 내 마음을 내 스스로가 돌이킬 수 밖에 없다. 남을 미워하면 저쪽이 미워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미워진다. 아니꼬운 생각이나 미운 생각을 지니고 살아간다면, 그 피해자는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간다면 내 인생 자체가 얼룩지고 만다.
- 녹은 그 쇠를 먹는다 中 p94
안타까운 일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 녹은 그 쇠를 먹는다 中 98
말이란 늘 오해를 동반하게 된다. 똑같은 개념을 지닌 말을 가지고도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것은 서로가 말 뒤에 숨은 뜻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아가의 서투른 말을 이내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말소리보다 뜻에 귀기울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랑은 침묵속에서 이루어진다.
- 침묵의 의미 中 p101
그런데 마땅히 입 벌려 말을 해야 할 경우에도 침묵만을 고수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미덕이 아니라 비겁한 회피다. 그와 같은 침묵은 때로 범죄의 성질을 띤다. 옳고 그름을 가려 보여야 할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침묵은 비겁한 침묵이다. 비겁한 침묵이 우리 시대를 얼룩지게 한다.
- 침묵의 의미 中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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