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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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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서적 오래된 서적 - 기형도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서표(書標)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 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홍차 홍차 류시화 당신은 홍차에 레몬 한 조각을 넣고 나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쌉싸름한 맛을 좋아했지 단순히 그 차이 뿐 늦은 삼월생인 봄의 언저리에서 꽃들이 작년의 날짜들을 계산하고 있을 때 당신은 이제 막 봄눈을 뜬 겨울잠쥐에 대해 말했고 나는 인도에서 겨울을 나는 흰꼬리딱새를 이야기했지 인도에서는 새들이 힌디어로 지저귄다고 쿠시 쿠시 쿠시 하고 아무도 모르는 신비의 시간 같은 것은 없었지 다만, 늦눈에 움마다 빰이 언 꽃나무 아래서 뜨거운 홍차를 마시며 당신은 둘이서 바닷가로 산책을 갔는데 갑자기 번개가 쳤던 날 우리 이마를 따라다니던 비를 이야기하고 나는 까비 쿠시 까비 감이라는 인도 영화에 대해 말했지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슬프고 망각의 이유를 물을 필요도 없이 언젠가 우리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
로즈마리가 진한 향을 피워냈다 로즈마리가 진한 향을 피워냈다 끈질긴 생명, 생명들 진절머리가 나 집에서는 삶도 떠날 수 없고 죽음도 숨을 수 없어서 오로지 집이 있다. 집이 너와 나를 지독하게 안고 있었다.
悼亡(도망) [고인을 애도함] 五言律詩 ​ㅡ 梅堯臣(매요신) 悼亡(도망) [고인을 애도함] 五言律詩 ​ㅡ 梅堯臣(매요신) ​ 從來有脩短 종래유수단 예로부터 사람의 수명에는 길고 짧음이 있거늘 豈敢問蒼天 기감문창천 하늘에게 왜 일찍 아내가 죽었느냐 묻지 않으련다. 見盡人間婦 견진인간부 내가 본 이 세상의 모든 부인들 중에서 無如美且賢 무여미차현 내 아내만큼 아름답고 어진 사람은 없었다. 譬令愚者壽 비령우자수 어진 이가 단명하고 바보가 장수하는지 모르겠으나 何不假其年 하불가기념 하늘은 왜 아내에게 수명을 연장시켜 주지 않았는가. 忍此連城寶 인차연성보 이렇듯 훌륭한 보물인 아내를 잃고 나서 沈埋向九天 침매향구천 저 세상에 묻어 보낸 슬픔을 꾹 참고 있노라. 출저
온갖 나무로부터 봄이 떨어져버리면 온갖 나무로부터봄이 떨어져버리면내 심장은 환희에 떨린다지상의 공간에 산 모든 것은지나가버린다그러나 나에게는 네가 있다지나가버리지 않는무상의 거친 파도가사랑의 해안에 높이 부딪친다우리의 발밑에세계가 와 부딪친다시간의 무덤인 하늘에 비친 채. - 리카르다 후흐 (1963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알렉산드르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기쁜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현재는 우울한 것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책들 책들 이 세상 책들은 어떤 것이든네게 행복을 안겨 주지 못한다.하지만 책들은 은밀하게너를 네 자신 속으로 데려다 준다. 거기엔 네가 필요로 하는 게 다 있다.해와 별과 달이.네가 묻던 빛은네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은 도서관에서 네가오랫동안 찾던 지혜는 이제모든 페이지에서 빛을 뿜고 있다.이제 지혜는 네 것이기에.
20170201 바라건대 눈감는 그날까지 내게서 떠나지 않고 시심은 내 생의 버팀목이 되어주기를 원하는 것이며 오늘 황폐해진 이 땅에서도 진실하게 살 수 있는 시심의 싹이 돋아나 주기를 간곡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