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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시

눈먼 말



눈먼 말


박경리

글기둥 하나 잡고

내 반평생

연자매 돌리는 눈먼 말이었네


아무도 무엇으로도

고삐를 풀어주지 않았고

풀 수도 없었네


영광이라고도 하고

사명이라고도 했지만

진정 내겐 그런 것 없었고


스치고 부딧치고

아프기만 했지

그래,

글기둥 하나 붙들고

여까지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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