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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시

우리는 가끔 그 섬에 가고 싶다.

김용범


그대 혹시 구름처럼  표표(飄飄)히 떠돌며

한 일주일 소요(逍瑤)하고 싶다면

우선 핸드폰의 전원을 스스로 깨버리는 것이 옳다


그리하여 그대와 연결된

모든 사람들의 관계에서 벗어났을 때

비로소 제주로 떠나야 할 것이다.


(그대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그물망처럼 얽혀있는

사람과 사람들의 관계에서 고립되는 것이므로

단절된다는 두려움에 쩔쩔 맬 이유가 없다. 제주는 섬이므로)


그대 혹시 바람처럼 거침없이

자유롭게 한 일주일 살기를 원한다면

우선 충전기의 코드를 꺼내 버리고

배낭을 꾸리는 것이 옳다.

그리하여 그대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를 벗어나

홀가분한 무애(無碍)

그때 비로소 제주행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그대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대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가 아니라

그 장애를 만든 것이 자기 자신의 나약함이므로

불안해 할 이유가 없다. 또한 그냥 멍 때리고

두 세 시간 우두커니 바닷가에 안자있을 용기가 없다면, 

다시 배낭을 풀어버리는 것이 옳다.

(제주는 섬이므로 더군다나 불시의 악천후로 비행기가 며칠 동안 결항될 수도 있으므로)


우리는 가끔 구름이고 싶다.

우리는 가끔 바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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