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말
박경리
글기둥 하나 잡고
내 반평생
연자매 돌리는 눈먼 말이었네
아무도 무엇으로도
고삐를 풀어주지 않았고
풀 수도 없었네
영광이라고도 하고
사명이라고도 했지만
진정 내겐 그런 것 없었고
스치고 부딧치고
아프기만 했지
그래,
글기둥 하나 붙들고
여까지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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